안녕하십니까. 기상감정사 웨더토끼입니다. 2021년 1월 폭설로 인해 퇴근길 교통이 마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 포함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제때 제설 작업을 못한 서울시와 도로 관리자의 책임일까요? 기상재해 때문일까요?
우리는 날씨와 한시도 땔 수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기상 현상 때문에 받은 인적, 물적 피해를 보상받거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기상 감정'입니다.
" 기상 감정 "
기상감정이란 특정 시점,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에 영향을 미친 기상현상의 정도에 대해 추정하는 기상학적 분석 과정을 뜻합니다. 즉, '날씨 탐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모든 곳에 기상 관측소가 설치될 수 없기 때문에 관측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필연적인 이유 때문에 생긴 업종입니다.
기상감정 의뢰를 맡아 진행하는 '기상감정사'는 지리적 요소, 대기 요소, 기후 요소, 필요에 따라 공학 또는 농작물에 대한 정보를 총망라하여 의뢰인이 필요로 하는 기상 현상의 복원을 이루어 냅니다.
주로 어떤 기상 현상을 감정하게 될까요? 제가 봐온 바로는 강풍 사건이 많았습니다.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 기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폭염, 폭설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블랙아이스(BlackIce)’도 기상감정 의뢰 사항이 될 수 있다.
* 일기예보(날씨예보)와 기상감정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날씨예보 VS 기상감정
일기예보는 시간의 외삽이며 기상감정은 공간의 내삽입니다. 설치된 관측소들에서 수집한 과거와 현재의 기상자료를 이용해 미래의 기상현상을 예측하는 것이 일기예보입니다. 그에 반해 특정한 시간에 사건 현장의 주변 관측소 기상 정보를 이용해 특정한 장소(사건 현장)의 일기 현상을 복원하는 것이 기상감정입니다.
* 기상증명과 기상감정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기상증명 VS 기상감정
기상증명은 과거에 과거에 관측된 기상정보에 대해 기상청에 요청하여 답변을 받는 과정을 뜻합니다. 기상증명은 이미 관측이 이루어진 내용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고 기상감정은 관측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에 대한 복원을 의미합니다.
기상예보사 면허를 보유한 자가 일기 예보를 할 수 있듯이 기상감정도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기상감정사’ 면허를 보유한 자가 의뢰를 받아 기상감정을 통해 기상감정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일 년에 1회 실시되는 기상감정기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중 140시간 이상의 교육과 시험(웨더토끼가 기상감정사가 된 방법) 또는 2년 이상의 경력을 충족한 자만이 기상감정사 면허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기상감정의 진행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의뢰인과 기상감정 용역계약
사건의 당사자 (원고 혹은 피고, 손해배상 청구자 등)가 기상감정업자에게 의뢰를 하고 기상감정 업자가 승낙하면 계약이 성립됩니다. 여기서 기상감정업자는 기상감정업을 등록한 회사가 될 수도 있고 개인 기상감정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해당 과정에 의뢰인은 의뢰 사건에 대해 장소, 시간, 사진, 영상 등 가능한 자료를 제공하고 기상감정을 의뢰하는 목적에 대해 밝힙니다. 마지막으로 기상감정 기간과 금액이 정한 후 계약서를 작성(필수는 아님)하면 계약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2. 기본사항 확인 및 감정 계획 수립
기상감정사는 의뢰인에게서 제공받은 자료들과 의뢰 사건 지점과 시점의 기상자료를 토대로 기상감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의뢰인의 인적 사항과 사건의 개요 등 기본사항을 확인하고 기상감정 계획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이는 뒤에 나올 3번부터 7번까지의 과정으로, 작업 양과 난이도를 고려해 투입 인원과 기간을 정합니다. 특히 현장조사는 직접 사건 현장을 방문해야 하니 출장 일정을 고려하여야 하며 자료 분석 또한 충분한 시간을 할당해 양질의 기상감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 사전조사
사전 조사는 현장 조사 전 사건에 대해 수집 가능한 정보들을 조사하는 과정입니다. 사건 장소의 지리적, 지형적 조사와 기상기후에 대한 조사 등이 포함됩니다. 전반적인 자료 수집 출처 탐색과 조사가 이 과정에서 수행됩니다.
4. 현장조사
기상감정 과정에 있어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현장조사를 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주변 건물 등 현장에서만 파악할 수 있는 여러 환경적 요인을 조사하여 객관적 자료를 최대한 확보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상감정서 작성에 필요한 사진을 직접 찍어오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5. 자료 수집 및 정리
의뢰인이 제공한 자료, 사전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 중 해당 사건의 기상감정에 필요한 자료만 추려내 목록화하고 자료 분석을 준비합니다.
6. 자료 분석
자료 분석 과정에서는 의뢰받은 특정 지점, 특정 시점의 사건에 영향을 미친 기상 현상의 정도에 대해 분석합니다.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기상청 자료의 공간 내삽이 기본이지만 필요에 따라 수치모델링 분석을 직접 수행 또는 의뢰를 통해 산출하여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상 현상의 영향 정도뿐만 아니라 사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강풍이 불어 과수원의 사과가 낙과하였다면, 해당 시기의 사과의 단면적, 무게, 낙과가 발생하는 풍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낙과한 사과들의 피해액까지 산출하여 제시한다면 보다 의뢰인에게 유용한 기상감정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7. 기상감정서 작성
기상감정서 작성은 위의 계획, 조사, 분석 등의 과정을 기상학적으로 서술하는 과정입니다. ‘~ 일 것 같다.’와 같은 추측성 문장 또는 ‘~이다/하였다.’와 같은 단정적 문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상학적으로 ~라고 볼 수 있다.’, ‘~임을 추정할 수 있다’와 같은 문장으로 작성하여야 합니다. 기상감정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기상자료(일기도, 위성 영상, 레이더 영상, AWS 자료, ASOS 자료 등)와 비 기상자료(지형도, 블랙박스 영상, 사건 현장 사진 등)를 함께 사용합니다. 기상감정서에 서술된 기상감정사의 의견은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을 도와줄 기상학적으로 논리적인 소견일 뿐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fact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
8. 기상감정서 전달
마지막으로 작성된 기상 감정서를 의뢰인에게 전달함으로써 모든 기상감정 절차가 끝나게 됩니다. 의뢰인은 해당 기상 감정서를 이용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소송에 있어 근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상감정사는 필요에 따라 자신이 작성한 기상 감정서의 과학적 내용을 설명 또는 증명하기 위해 소송에 출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은 기상선진국으로서 기상감정업에 대한 인식과 산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실제로 기상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법원에서 이해 당사자들에게 기상감정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기상감정에 대한 위상과 수요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 기상감정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 인식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손해사정사’와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등 유사업종이 자리 잡고 있기에 협력 또는 경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상감정서는 현재 한국에서 강력한 법적 위력은 없지만 형사소송, 행정소송, 민사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장에 과학적 근거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기상감정사는 기상현상 복원과 분석에 특화된 전문가들이며 기상감정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보험사, 법조계에 기상감정의 필요성이 널리 알려져 기상 현상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돕고 기상감정 업계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모의 기상감정서와 제가 분석하고 작성한 기상감정서 내용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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